미국 경제, ‘파스타볼형 경기침체’ 속 연착륙 가능성과 다리오 퍼킨스의 경고최근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현상들로 인해 투자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견조한 성장세와는 달리 고용 시장에서 이상 징후들이 포착되면서, 과연 미국 경제가 예상치 못한 경기 침체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완만한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특히, 영국 TS롬바드의 거시 경제학자 다리오 퍼킨스가 제시한 비농업 일자리 데이터 분석과 센트럴플로리다대(UCF) 션 스네이스 경제예측연구소장의 ‘파스타볼형 경기침체’ 이론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경제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시각을 통해 현재 미국 경제의 복합적인 상황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과연 미국 경제는 파스타볼형 경기침체라는 독특한 연착륙 경로를 밟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깊은 침체로 향하는 위험한 스톨 스피드에 진입한 것일까요?## 다리오 퍼킨스의 경고: ‘스톨 스피드(Stall Speed)’와 경기 침체 전조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입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공포에 떨게 하는 지표로 ‘근원 비농업 일자리’ 숫자의 6개월 증감률을 지목했습니다. 여기서 ‘근원 비농업 일자리’는 정부 및 의료 부문 업종을 제외한 수치로, 순수한 민간 경제의 활력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퍼킨스는 이 지표의 최근 6개월 증감률이 우상향이 아닌 거의 ‘제로(0)’ 상태에 근접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근원 비농업 일자리 지표의 숨겨진 의미이 지표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0년 동안 이 지표가 바닥에 터치다운 하는 순간, 즉 증감률이 0에 가까워지거나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시점마다 어김없이 미국 경제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음을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보여줍니다. 과거의 경기 침체 구간들을 살펴보면, 이 지표가 바닥을 찍는 시점이 정확히 침체의 시작점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2025년 미국의 고용 시장 상황은 차트상 맨 오른쪽의 빨간 점이 바닥을 찍을 태세로, 이는 과거의 침체 전조와 소름 끼치도록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는 연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입니다.퍼킨스는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솔직히 말해 나는 미국 경제에 대해 그렇게 비관적이진 않다. 하지만 이 차트가 바로 연준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스톨 스피드’ 이론을 확고히 믿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 지표의 무게감을 역설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단순히 비관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연준 내부의 정책 결정자들이 어떤 지표를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연준의 공포: 스톨 스피드(Stall Speed) 이론’스톨 스피드’는 원래 항공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항공기가 엔진의 힘 없이 무동력으로 나는 속도 상태, 즉 양력을 잃고 추락하기 직전의 최소 속도를 가리킵니다. 거시 경제학에서는 이 개념을 차용하여 미국 성장률이 경기 부양이라는 연료와 엔진이 꺼진 상태로 착륙 직전의 무동력 하강에 빠져들고 있음을 묘사합니다. 이는 경제가 자체적인 동력을 잃고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연준 내부에서는 이 위험한 운항 상태에선 경기 부양책을 써 엔진을 다시 돌려야 한다는 선험적 믿음이 강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외부 쇼크가 출현할 때 항공기 동체가 제때 이륙하지 못하고 추락(경기 침체)할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집니다. 따라서 퍼킨스의 비농업 일자리 지표는 연준에게 경제가 스톨 스피드에 근접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통화 정책 결정에 있어 매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요인이 됩니다.## 고용 시장의 ‘기묘한 균형’과 통계의 신뢰성 논란이처럼 경기 침체 전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요즘 미 연방정부가 발표하는 비농업 일자리 등 고용 지표가 워낙 들쑥날쑥하다 보니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의 성장세는 기대 이상으로 탄탄한데, 고용 시장이 최근 큰 조정을 받는 현상은 많은 경제학자들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관세보다는 이민 정책에 따른 충격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의 ‘기묘한 균형'(Curious Balance)미국 중앙은행장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러한 현상을 ‘기묘한 균형'(curious balance)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노동 공급과 수요가 동반 둔화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이민자 수 변화로 인해 노동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는 고용 시장의 변화가 단순히 경기 순환적 요인뿐만 아니라, 구조적이고 정책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트럼프 행정부의 폭압적 반이민 정책에 위협을 느낀 역내 노동자들이 두문불출하면서 노동 공급이 줄었고, 이런 가운데 관세 불확실성에 노출된 기업들이 채용 수요를 축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 데이터는 크게 튀지 않는 신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실업률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 활력의 저하라는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묘한 균형’은 전통적인 경제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션 스네이스의 ‘파스타볼형 경기침체'(Pasta Bowl Recession) 이론이러한 시장의 묘한 긴장과 균형 조정을 3년 전 플로리다의 한 경제학자가 예고한 바 있습니다. 바로 센트럴플로리다대(UCF)의 션 스네이스 경제예측연구소장입니다. 그는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 과정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식기 그릇인 파스타볼로 비유했고, ‘파스타볼형 경기침체(Pasta Bowl Recession)’라는 용어를 창안했습니다. 이 개념은 단순히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그 침체의 형태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설명하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파스타볼 비유의 탄생 배경과 의미파스타볼은 면적이 넓은 반면 가운데 패인 부분이 완만하고 작은 그릇입니다. 스네이스 소장은 이러한 파스타 그릇 모양처럼 2022~2023년의 미국 경제는 혼합된 경제 데이터의 난립 속에 경기 침체가 있지만, 심각하지 않은 수준으로 연착륙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V자형 회복이나 U자형 침체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경제 사이클을 예측하는 것입니다.그는 “이번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면 2020년에 경험한 것처럼 로켓 추진(정부의 천문학적 경기부양 조치) 같은 회복세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파스타 그릇에 들어간 것과 같은 방식으로 침체에서 천천히 나올 것이다. 이런 식의 불황은 얇고 넓은 형태로 변덕스럽게 시작돼 사라질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파스타볼형 경기침체는 급격한 경제 활동 위축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진행되고, 그 회복 또한 드라마틱하지 않고 서서히 이루어지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는 경제 주체들에게 갑작스러운 충격보다는 점진적인 적응을 요구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완만한 침체와 연착륙 시나리오: 경제 치유의 처방전스네이스 소장의 파스타볼형 경기침체 모델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런 완만한 형태의 침체 발생과 소멸 과정이 미국 경제를 치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 때문입니다. 그는 완만한 경기 침체가 당시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로 인해 과열된 미국 경제의 수요를 바로잡는 데 의외로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완만한 경기 둔화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화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그의 이러한 통찰은 단순히 경기 침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합니다. 즉, 일정 수준의 경제 둔화가 오히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조정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발 불확실성과 시장의 자기실현적 주문션 스네이스 소장의 관점은 2025년 지금의 미국 경제 상황에 더욱 확장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발 불확실성, 즉 관세 인상이나 이민 정책 변화와 같은 요인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그의 이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습니다.”이론적으로 완만한 경기 둔화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트럼프발 관세·이민정책이 안정화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파스타볼형 경기침체는 단순히 경제 지표의 변화를 넘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흡수하고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트럼프발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 투자자들은 침체라는 공포의 단어를 실제 미국 경제의 둔화 현실보다 과장해 자기실현적 주문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 심리가 악화되어 실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네이스 소장의 파스타볼형 경기침체 모델은 이러한 심리적 동요에 대한 일종의 ‘백신’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자산시장의 호황 속 트럼프라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려는 투자자들의 머릿속에서, 파스타볼형 경기침체는 공포의 존재가 아닌 백신의 개념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그의 예언이 현실이 된다면 시장의 대응 방식은 울퉁불퉁하지 않고 스네이스 소장이 말한 파스타 그릇 모양처럼 넓고 골은 완만할 것입니다. 이는 시장이 급격한 패닉에 빠지기보다는, 점진적인 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에 적응해 나갈 것임을 시사합니다. 연준 또한 이 같은 투자자들의 자기실현적 주문 심리를 잘 알기에 지난 9월 기준금리 결정 때 작년 9월과 같은 빅컷(0.5%포인트)이 아닌 보험성 인하(0.25%포인트)로 대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시장의 과도한 공포를 완화하면서도, 경제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연성을 제공하려는 연준의 신중한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결론: 미국 경제의 미래, 연착륙인가 경착륙인가?다리오 퍼킨스의 경고와 션 스네이스 소장의 파스타볼형 경기침체 이론은 현재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주요 관점을 제시합니다. 퍼킨스의 분석은 과거의 패턴을 기반으로 한 침체 전조에 대한 경고로, 연준의 ‘스톨 스피드’ 우려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시사하며, 정책 당국의 신중한 대응을 요구합니다.반면, 스네이스 소장의 파스타볼형 경기침체는 현재의 복합적인 경제 상황을 완만한 조정과 치유의 과정으로 해석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제공합니다. 이는 급격한 침체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점진적인 둔화와 회복을 의미하며, 인플레이션 해소와 공급망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결국 미국 경제의 미래는 이 두 가지 시나리오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고용 시장의 ‘기묘한 균형’과 트럼프발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연준과 시장 참여자들은 복잡한 퍼즐을 풀어야 합니다. 파스타볼형 경기침체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완만하고 폭넓은 조정을 경험하며 서서히 다음 성장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퍼킨스의 경고처럼 스톨 스피드에 대한 대비 또한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재의 미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한 관찰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