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프로야구가 사상 최고 인기를 누리며 12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연일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야구장은 뜨거운 함성과 열기로 가득 찬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숫자와 열광적인 분위기 뒤에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야구장을 직접 찾아 응원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그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프로야구 장애인 관람 환경의 열악함입니다. 국민 스포츠로서 프로야구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모든 팬이 동등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자 시급한 과제입니다. 단순히 흥행 성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성숙한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뜨거운 직관 열기, 그러나 장애인 팬에게는 ‘그림의 떡’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직관(직접 관람)’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TV 중계를 넘어 현장에서 선수들의 숨결과 팬들의 함성을 직접 느끼고 싶은 열망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은 SSG 랜더스의 열성팬인 이상현 씨(46)에게는 오히려 깊은 좌절감과 마음 아픈 소식으로 다가옵니다. 11년 전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그는 야구장을 직접 찾는 것은 물론, 복잡한 온라인 예매 시스템 때문에 예매조차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이상현 씨는 “일반석은 좌석 간격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 위험하며, 특히 시각장애인에게는 이동 자체가 큰 부담이에요. 장애인석은 좌석이 너무 적은 데다 예매 방법도 일반석과 달라 까다롭기 그지없습니다.”라고 토로하며, 관람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에게 야구 직관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문화생활을 향유할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합니다. 그는 야구장에서 함께 환호하고, 아쉬워하며, 동료 팬들과 교감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적 의무 외면하는 구장들: ‘장애인석 1%’는 먼 이야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BO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KBO 리그 경기장 장애인석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프로야구단 홈구장 9곳 중 보건복지부 시행령이 정한 “좌석이 2000석 이상인 관람장은 전체 좌석의 1% 이상 또는 20석 이상을 장애인석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했습니다. 한화이글스의 홈구장과 NC다이노스의 홈구장만이 이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고 있는 현실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이는 대다수의 프로야구 구장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수십 년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프로야구가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운동시설’ 분류의 맹점: 법망을 피하는 야구장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일부 경기장이 건축물 용도를 ‘관람장’이 아닌 ‘운동시설’ 등으로 분류하여 장애인석 확보 의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한 편법적인 행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장애인 팬들의 문화 향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동시에,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매우 부도덕한 행태입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 사직야구장은 건축물 용도가 ‘야구장’으로, 인천 SSG 랜더스필드는 ‘운동장’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분류 탓에, 각각 2만3079석과 2만3000석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두 경기장은 장애인석 확보 의무에서 자유롭다는 주장 뒤에 숨어 있습니다. 그 결과, 2만3079석 규모의 사직야구장은 겨우 28석(0.12%), 2만3000석 규모의 랜더스필드는 단 14석(0.06%)의 장애인석만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좌석의 1%는 고사하고 0.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수만 명의 관중이 운집하는 대형 경기장에서 장애인 팬들이 설 자리가 얼마나 좁고 제한적인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법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은 즉각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구장명 | 총 좌석수 | 설치된 장애인석 수 | 장애인석 비율 | 법적 의무 준수 여부 (복지부 시행령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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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 홈구장 | (정보 부재) | (정보 부재) | 1% 이상 | 준수 |
NC다이노스 홈구장 | (정보 부재) | (정보 부재) | 1% 이상 | 준수 |
부산 사직야구장 | 23,079석 | 28석 | 0.12% | 미준수 (용도 분류 맹점 활용) |
인천 SSG 랜더스필드 | 23,000석 | 14석 | 0.06% | 미준수 (용도 분류 맹점 활용) |
그 외 5개 구장 | (정보 부재) | 1% 미만 | 1% 미만 | 미준수 |
위 표는 본문 정보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으며, 일부 구체적인 수치는 원문에서 제공되지 않아 ‘정보 부재’로 표기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구장이 법적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며, 특히 ‘운동시설’ 분류의 맹점을 활용하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역설: 온라인 예매의 장벽과 소외
현대 사회에서 온라인 예매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상징하지만, 장애인과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또 다른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KBO 리그 10개 구단 중 장애인 및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현장 판매석을 마련한 구단은 KIA 타이거즈,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단 3곳에 불과합니다. 대다수 구단이 온라인으로만 좌석을 예매할 수 있도록 운영하면서, 정보 접근성이 낮은 장애인 팬들은 예매 경쟁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잡한 인증 절차, 빠른 매진 속도, 그리고 웹사이트 및 앱의 비표준적인 접근성은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에게는 넘기 어려운 산과 같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장애인석 예매율이 일반석 예매율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통계로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는 단순히 예매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팬들이 야구를 즐길 기회 자체를 박탈하고, 그들을 사회적 활동에서 배제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디지털 전환의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직관은 꿈도 못 꾼다” – 팬들의 절규와 좌절
17년째 키움 히어로즈를 응원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조성기 씨(52)는 “매일 경기 결과를 챙길 만큼 야구를 좋아하지만 직관은 꿈도 못 꾼다”고 말합니다. 그는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TV 중계 소리에만 의지해야 하는 현실에 깊은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야구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번 TV 소리로만 응원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낍니다. “야구장에 가고 싶어도 환경상 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그의 말은 비단 조성기 씨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수많은 장애인 야구팬들이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 스포츠 관람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야구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즐기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프로야구 장애인 관람 환경은 이러한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중과 인정이 결여된 상황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개선을 위한 목소리: 민형배 의원의 촉구와 미래 지향적 제안
민형배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장애인 팬들이 야구장에 가고 싶어도 환경상 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한 “예매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불편을 호소할 창구조차 없어 장애인들의 의사가 KBO나 구단 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설 개선을 넘어, 장애인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소통 창구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전용 콜센터 운영, 접근성 개선을 위한 팬 자문단 운영, 정기적인 간담회 개최 등을 통해 그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프로야구의 열기가 단기적인 흥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려면, 이러한 관람 환경의 개선은 필수불가결하며, 이는 구단과 KBO, 그리고 정부 모두의 공동 책임입니다. 스포츠는 통합과 화합의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팬을 위한 KBO 리그를 향하여: 포용과 상생의 길
프로야구 장애인 관람 환경 개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회적 책임입니다. 1200만 관중이라는 숫자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 숫자 안에 포함되지 못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스포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이자, 프로야구가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 장애인석 확충 및 접근성 강화: 법적 기준인 1% 또는 20석 이상을 모든 구장이 준수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나아가 휠체어석뿐만 아니라 시각, 청각,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합니다. 좌석 배치 시 이동 동선을 고려하고, 안전 요원의 배치도 강화해야 합니다.
- 온라인 예매 시스템 개선 및 현장 판매 채널 확대: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웹사이트 및 앱 개발(웹 접근성 표준 준수), 전용 예매 시간 운영, 그리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현장 판매 창구 또는 전화 예매 서비스 등을 확대해야 합니다.
- 정기적인 소통 창구 마련: 장애인 팬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정기적인 간담회, 설문조사, 전담 콜센터 운영 등을 통해 그들의 불편 사항을 직접 듣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 법적, 제도적 보완 강화: ‘운동시설’ 분류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미준수 구단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하여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야구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문화이자 공동체의 장입니다. 이 소중한 경험을 모든 팬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KBO 리그와 각 구단은 더욱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장애인 관람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국민 스포츠는 모두에게 열려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며, 이는 프로야구의 지속적인 발전과 사회적 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제는 ‘함께’ 즐기는 야구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